
일주일 동안 무려 10명의 새로운 강사들과 전화영어를 연달아 해치웠다. 하루에 세네 번씩 수화기를 붙잡고 오직 영어로만 내 생각을 쏟아내는 일정은 솔직히 시작 전엔 꽤나 무모한 도전처럼 느껴졌다. 일과 틈틈이 시간을 쪼개어 매번 다른 사람과 첫인사를 나누고, 곧바로 머릿속 생각을 90% 이상 영어로 뽑아내야 하는 과정 자체가 일종의 고강도 뇌 트레이닝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주일이 훌쩍 지난 지금, 끝까지 완주해 냈다는 뿌듯함과 함께 내 안의 '영어 말문'이 한 겹 확실하게 깨졌다는 묘한 쾌감이 남는다.
10명의 선생님마다 대화를 이끄는 에너지와 호흡이 제각각 달라 흥미진진한 탐색전의 연속이었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기억에 깊게 남는 건 Fran과 Frida 선생님이었다.
Fran 선생님은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처럼 첫마디부터 특유의 밝고 유쾌한 에너지로 라포를 형성하는 능력이 압도적이었다. 자칫 뻔한 수다로 끝날 수 있는 히어로 영화 이야기 속에서 내면의 갈등이나 가치관 같은 깊이 있는 화두를 자연스럽게 낚아채 주었고, 내가 철학적인 견해까지 거침없이 영어로 풀어낼 수 있도록 완벽한 '생각의 판'을 깔아주었다. 단순히 영어를 가르친다기보다, 내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을 막힘없이 영어로 토해낼 수 있게 유쾌하게 부추겨주는 최고의 대화 파트너였다.
반면 Frida 선생님과의 20분은 지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자극을 주는 시간이었다. 일상 속 사소한 불편함(Pet peeve)이라는 가벼운 화두로 시작했지만, 이를 사회적 현상이나 제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해 나가는 질문의 깊이가 남달랐다. 내가 90%의 지분을 쥐고 긴 서사를 완성해 나가는 동안 흐름을 전혀 끊지 않으면서도, 적재적소에 'bugbear' 같은 세련된 대체 어휘를 짚어주고 수업 말미에 문법적 취약점까지 정확히 짚어내는 모습에서 노련한 프로의 내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매일 낯선 목소리를 마주하며 내 발화량을 90%까지 쥐어짜 내는 이 10인 마라톤은 생각보다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요구했다. 하지만 매 세션이 끝날 때마다 내가 전하고 싶었던 생각들을 온전히 영어 문장으로 완성해 냈다는 안도감과 성취감이 차곡차곡 쌓였다. 퇴근 후 피곤에 지쳐있던 순간에도, 아침에 멍하니 잠에서 깨어났던 틈새에도 쉬지 않고 혀를 굴렸던 이 일주일은 정체되어 있던 내 영어 엔진에 제대로 불을 지펴준 멋진 시간이었다. 스스로 한계를 정해두지 않고 밀어붙여 보길 참 잘했다.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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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마라톤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