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님이 반박 환영이라 하셔서, 게시판 개편과는 다른 주제로 하나 올려봅니다.
원칙 6에 따라 "새 기능보다 기존 구조 정리가 먼저"라는 기준에 가장 잘 맞는 항목이라고 생각해서 적습니다.
1. 지난 두 달간 제가 겪은 일
- 새로 시작한 강사가 2주 후 종료를 예고한 다음 날 즉시 퇴사했습니다
- 추천받은 대체 강사 한 분은 10월까지만 근무 예정이라고 안내받았습니다
- 이번 달 가장 좋았던 발음 수업 강사는 오전 배정 자체가 불가해서, 주말에만 만날 수 있습니다
- 체험 수업 중에 강사가 하품을 했습니다
- 오전 6:30 슬롯은 채울 강사가 없습니다
제 개인 운이 나빴던 걸로 보기에는 두 달 안에 너무 많이 겹쳤습니다.
2. 왜 이게 '대청소' 항목인가
피터님이 직접 쓰셨습니다. "새 기능보다 기존 구조 정리가 먼저임."
강사는 민트의 기능이 아니라 구조 그 자체입니다. 게시판을 아무리 통합하고 메뉴를 아무리 정리해도, 회원이 매일 아침 만나는 것은 강사 한 명입니다. 그 한 명이 몇 달마다 바뀌면 UI 개선은 회원 만족도까지 도달하지 못합니다.
원칙 11에서 '하수구 설계'를 말씀하셨는데, 민트의 진짜 누수는 포인트가 아니라 강사입니다. 강사 한 명이 나가면 거기 붙어 있던 회원의 학습 흐름·고정 슬롯·쌓아온 관계가 같이 빠져나갑니다. 신규 회원 유치 비용보다 이쪽이 훨씬 비쌉니다.
3. 오전 6~8시 — 수요가 가장 몰리는데 공급이 0인 시간대
직장인은 출근해야 하고 학생은 등교해야 합니다. 저녁은 야근·학원·대학원에 밀리고 낮은 근무 중이라 불가능합니다.
회원 입장에서 오전 6~8시는 선택지가 아니라 유일한 시간대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시간대에 강사가 없습니다. 추천받은 대체 강사 두 분도 월수금만 가능했습니다.
여기에 시차를 얹으면 그림이 완성됩니다. 한국 오전 6시는 필리핀 오전 5시입니다. 회원에게 유일하게 가능한 시간이 강사에게는 새벽 5시 기상입니다. 같은 조건이라면 아무도 그 시간에 일하려 하지 않습니다. 수요 최대 시간대에 공급이 0인 건 운영 실수가 아니라 보상이 잘못 매겨져 있다는 신호라고 봅니다.
4. 원칙 5(주니어 메인 타깃)와 충돌합니다
주니어를 메인 타깃으로 가신다면 강사 이탈은 성인 대비 훨씬 치명적입니다. 성인은 시험이나 업무 목표 때문에 강사가 바뀌어도 버팁니다. 아이는 좋아하던 선생님이 사라지면 영어 자체를 그만둡니다.
"영어가 필수가 아닌 취미인 시대를 대비"한다고 하셨는데, 취미 시장에서 이탈 사유 1위는 난이도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5. 원칙 3(글로벌 진출)과도 충돌합니다
글로벌 진출의 병목은 번역된 메뉴명이 아니라 강사 공급입니다. 회원이 10배가 되어도 강사가 못 따라오면 성장이 멈춥니다. 그리고 지금 조건이 유지되면 좋은 강사일수록 더 나은 곳으로 먼저 옮깁니다. 민트가 강사를 훈련시켜 다른 플랫폼에 보내는 구조가 됩니다.
6. 제안 (쉬운 것부터, 원칙 6 순서)
1단계 — 지금 바로 확인 가능한 것
- - 최근 12개월 강사 평균 근속기간과 퇴사율 산출. 이 숫자 없이는 아무 논의도 못 합니다
- - 퇴사 사유 유형 집계. '개인 사유' 한 줄로 끝나면 데이터가 아닙니다. 다른 일자리로 옮긴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만 구분해도 방향이 보일 것입니다
2단계 — 돈이 크게 들지 않는 개선
- - 시간대별 차등 인센티브. 전체 시급 인상보다 비용이 훨씬 적으면서, 지금 비어 있는 오전 슬롯을 실제로 채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번 기획안에서 가장 우선순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 - 강사 지도법 교육의 정례화. 처우는 급여만이 아닙니다. 잘 가르치는 법을 배운 적 없는 강사에게 잘 가르치라고만 하는 건 처우가 아니라 방치입니다
- - 수강평 실명 여부를 명확히 안내. 지금은 익명이라 안내되지만 실제로는 강사에게 전달됩니다. 회원 사이에서도 이미 알려져 있습니다. 어중간하게 익명인 것보다, 차라리 실명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명확히 밝히는 편이 양쪽 모두에게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원은 알고 쓰게 되고, 강사도 수업의 질을 더 신경 쓰게 될 것입니다
3단계 — 구조
- - 근속 연동 보상. 1년·2년 근속 시 인상 또는 보너스. 오래 남는 것이 강사에게 이득이 되어야 회원도 이득을 봅니다
- - 성과 연동 보상. 오래 남는 것뿐 아니라 잘 가르치는 것에도 보상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개별 수강평에 직접 연동하는 방식은 권하지 않습니다. 실명 전달과 겹치면 회원이 솔직한 평을 쓰기 어려워지고, 결국 평가가 전부 좋은 쪽으로만 쏠려 회사가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하게 됩니다. 재수강률이나 담당 회원의 평균 근속기간처럼 회원이 실제로 계속 듣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 - 강사 이탈 시 회원 보호 규정. 강사가 갑자기 퇴사하면 그 강사에게 묶여 있던 회원의 고정 슬롯을 일정 기간 보전해 주십시오. 지금은 강사가 나가면 회원이 슬롯까지 함께 잃습니다
7. 마지막으로, 회원 입장에서 한 가지
지금은 좋은 강사를 만나도 "이분이 언제까지 계실까"를 먼저 걱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회원은 강사에게 마음 놓고 학습을 맡기지 못하고, 늘 다음 사람을 미리 알아보게 됩니다.
이건 회원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강사 근속이 불안정할 때 회원이 학습에 몰입하지 못한다는 구조 문제입니다. 원칙 2에서 말씀하신 "파고들수록 재밌어서 중독되는 구조"의 정확히 반대 상태입니다. 몰입하지 못하는 회원은 결국 떠납니다.
강사 처우 개선은 강사를 위한 복지가 아니라 회원 이탈을 막는 리텐션 정책입니다. 대체할 강사가 없으면 회원은 만족해서 남는 게 아니라 체념해서 남습니다. 저는 지난달에 그걸 직접 겪었습니다.
민트비도 글로벌도 결국 강사가 남아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민트에 제 자리 있나요? 연봉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수강권 한장이라도 혹은 민트코인이라도 주셔야 하는거 아니에요?
댓글(7)
잠깜 화장실가서 깼다가 이 글보고 잠이 싹 달아났네요
얼마전 글에서 강사개혁( 1타강사 업계 최고 대우) 과 교재 개편 ( + 강사가 직접 만드는 교재로 본인이 수업하는 것 포함)을 예고 했었는데요. 이 글에 얻을 것이 많습니다
애증과 사랑이 동시에 느껴지는 글입니다
반딧불님의 정성이 듬뿍 묻어납니다
오늘 민트문화데이라서 아마도 내일이나 모레쯤 다시 댓글 달면서 약소하지만 100,000코인포상 예약 입니다 ❤️ 🤍 💟
진심 삼사드립니다
1. 나는 반딧불님 10만 코인 포상
2. 최근 반딧불님 글 댓글 정리 및 에밀리님 의견 추가
부탁드립니다
PS는 농담으로 쓴 건데 정말 10만 코인을 주실 줄은 몰랐네요 ㅋㅋㅋ
애증과 사랑의 10만 코인, 감사히 받겠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 대 사람 일이라 참 사람이 가장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