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분의 선생님과 수업하면서 최근 한 가지 흥미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어의 문법, 어휘, 발음, 듣기, 말하기는 정말 각각 따로 공부할 수 있는 영역일까요? 오히려 한 영역에서 배운 것이 다른 영역으로 연결되고, 다른 선생님의 수업에서 다시 사용될 때 비로소 ‘내 영어’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확성을 포기하지 않는 Jared 선생님
Jared 선생님과의 수업에서는 주로 ‘정확성’을 배웁니다. 관사나
시제처럼 제가 반복해서 틀리는 부분을 그냥 지나가지 않고 다시 확인하게 하고, collocation을
공부할 때도 단어의 뜻을 아는 것과 자연스러운 단어의 조합을 아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먼저 답을 찾아보고 틀렸을 때는 왜 그 조합이 자연스럽지 않은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농담으로 Jared 선생님을 ‘나의 안티’라고 부릅니다. 제가
틀린 것을 정말 잘 찾아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의 안티’인 Jared 선생님은 아직 제 영어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반복해서 틀리는 것을 기억하고 다시 확인하고, 이미 배운 표현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지 계속 묻습니다.
그 과정이 항상 편한 것은 아니지만 영어를 어느 정도 오래 공부한 성인 학습자에게는 새로운 단어나 문법을 계속
추가하는 것만큼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영어를 얼마나 정확하고 자연스럽게 사용하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Jared 선생님에게 배운 것이 Jared 선생님의 수업에서만 끝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9월 4일 Jared 선생님과 공부했던 a surge of anger라는 표현을 기억했다가 이후 Lhai 선생님과의
수업에서 다른 표현을 설명하면서 다시 사용해 보았습니다. 한 수업에서 배운 표현이 다른 수업에서 제
입으로 다시 나왔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소리를 흐름으로 연결해 주는 Soraya 선생님
Soraya 선생님과는 조금 다른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개별 발음을 정확하게 만드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connected
speech와 blending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라푼젤>의
실제 영어 대사를 가지고 발음과 연음을 연습했습니다. 교재를 위해 만들어진 문장이 아니라 실제 인물이
자연스럽게 말하는 대사를 따라가면서 단어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발음하는 것과 여러 단어를 하나의 흐름으로 말하는 것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더 신기했던 것은 단어를 하나씩 또박또박 발음하려고 할 때보다 여러 단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서 말했을 때 오히려
제 발화가 더 잘 인식되는 경우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blending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지만 영어 발음을 이런 방식으로 배워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아직 연음이 익숙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영어 발음은 각각의 소리를
완벽하게 만들어 단순히 더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문장 안에서 소리가 어떻게 연결되고 움직이는지를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조금씩 체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숙제였습니다. 선생님이 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단순히 “연음을 연습해 오세요”라고 끝내지 않고, 제가 직접 문장을 만들어 보고 그 문장에서 소리가 연결되는 부분을 표시한 뒤 다음 수업시간에 함께 연습해 보자고
구체적인 과제를 주었습니다.
저는 좋은 과제는 학생이 혼자 무엇을 연습해야 하는지 알고, 그것을
다음 수업으로 다시 가져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과제는 단순한 숙제가 아니라 이번 수업과 다음 수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개별 발음에서 connected speech로, 다시 실제 문장과 다음 수업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하면서 발음 역시 듣기와 말하기에서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배운 영어를 ‘내 말’로
만들어 주는 Lhai 선생님
Lhai 선생님과의 수업에서는 제가 배운 영어를 가지고 실제로 ‘말하는 것’을 연습합니다. 대학원에서
배운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나 직장문화처럼 영어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주제도 끝까지 말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필요한 부분을 고쳐주거나 다시 질문합니다.
새로운 표현을 배우면 뜻을 확인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제 직장이나 일상의 사례를 가지고 다시 사용하게 합니다.
최근 butter someone up을 배웠을 때도 재미있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표현을 단순히 외우는 대신 BTS의 Smooth Like Butter를 떠올리면서 ‘상대방에게 매끄럽고
기분 좋게 다가가는 모습’과 연결해 기억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수업 중에 새로 배운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고, 이전에 Jared 선생님과
공부했던 a surge of anger 같은
표현까지 다시 꺼내 사용하자 Lhai 선생님도 제가 배운 표현들을 실제 말하기에서 다시 사용하는 것을
기뻐해 주었습니다.
저에게는 이 순간이 꽤 중요했습니다. 어제 배운 단어를 오늘 기억하는
것만이 복습은 아니었습니다. 한 선생님에게 배운 표현이 시간이 지난 뒤 다른 선생님의 수업에서
자연스럽게 다시 나오는 것도 복습이었습니다.
Lhai 선생님은 제가 새로운 표현을 수업 중 여러 번 다시 사용했을
때 그것을 알아차리고 피드백해 주고, 정확한 문장을 만들기 위해 이전보다 천천히 말하고 있다는 변화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문장을 고치는 데 시간을 사용하는 것도 나쁜 것이 아니라는 말 역시 저에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틀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가 배운
표현을 꺼내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받아 다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Lhai 선생님과
연습하고 있습니다.
세 명의 선생님, 하나의 영어
그래서 지금 제게 세 분의 수업은 각각 별개의 수업이라기보다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Jared 선생님에게서는 정확성을 확인합니다.
Soraya 선생님과는 그 영어를 실제 소리와 흐름으로 만드는 방법을 연습합니다.
Lhai 선생님과는 그것을 이용해 제 생각을 전달하는 것을 연습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Jared 선생님에게 배운 표현을 Lhai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다시 사용하고, Soraya 선생님에게
연습한 소리와 연결을 다른 수업에서 말할 때 적용합니다.
Accuracy, vocabulary, pronunciation,
listening, flow and communication은 결국 하나의 영어 안에서 만납니다.
다만 현재의 이 조합은 처음부터 누군가가 저에게 알려준 학습경로는 아니었습니다.
여러 선생님의 수업을 직접 들어보고, 시행착오를 겪고, 제가
무엇이 부족한지 고민하고, 때로는 제가 원하는 수업을 선생님께 직접 요청하면서 조금씩 맞추어 온 결과입니다.
그래서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학원에도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선생님이 모든 영역에서 똑같이 잘 가르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마다
특히 잘 가르치는 영역이 있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수법도 다를 것입니다. 어떤 선생님은 문법과 정확한
표현, 오류 교정에 강하고, 어떤 선생님은 발음과 connected speech에 강하며, 또 다른 선생님은 학생의
발화를 끌어내고 실제 의사소통으로 확장하는 데 강할 수 있습니다.
그런 특징을 단순히 ‘친절하다’,
‘교정을 잘한다’, ‘수업이 재미있다’ 정도로
보여주는 것을 넘어 강사의 주요 교수영역과 교수법을 프로필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Accuracy & Error Correction,
Pronunciation & Connected Speech, Vocabulary & Collocation, Fluency
& Discussion처럼 선생님의 강점을 학생이 미리 확인할 수 있다면 자신의 현재 문제와 학습목표에 맞는 선생님을
찾기가 훨씬 쉬울 것입니다. 한 명의 선생님에게 모든 것을 기대하기보다 여러 선생님의 강점을 연결해
자신에게 필요한 학습과정을 설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좋은 선생님을 찾고 자신에게 맞는 수업을 만드는 일을 전적으로 학생 개인의 시행착오에 맡길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선생님이 자신의 강점과 교수법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고, 그 정보를 학생에게 제대로 전달해 주는 것 역시 플랫폼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과제가 한 번의 수업과 다음 수업을 연결하듯, 좋은 플랫폼은
좋은 선생님의 교수법과 그것을 필요로 하는 학생을 연결해 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세 분 중 누가 가장 좋은 선생님인지 한 명을 고르기보다 세 분에게 서로 다른 것을 배우고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한 선생님에게 배운 것이 다른 선생님의 수업에서 다시 나타나는 경험도 하고
있습니다.
그때 비로소 공부했던 영어가 교재나 수업시간에만 존재하는 영어가 아니라 조금씩
‘내 영어’가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좋은 영어수업은 모든 것을 한 사람이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라, 학생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각자의 강점이 결국 하나의 영어로 연결되도록 돕는 수업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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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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